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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록프랑스 길 (8)
햇살과 책과 바람

흙먼지 바람 속에서도, 길은 내 안으로 들어왔다– 산티아고 순례길 14일차 | 오르비에가(Hornillos del Camino) → 카스트로헤리스(Castrojeriz), 약 20km 끝이 보이지 않는 길 위에서 새벽 6시.조용한 알베르게의 부엌에서커피를 내리고 빵을 구웠다.밤새 바람이 심하게 불었는지창문 너머 들판에 풀들이 몽땅 한쪽으로 쓰러져 있었다. 오늘도 바람을 맞으며 걸을 테지.하지만 이상하게,이곳의 바람은무언가를 억누르지 않고조금씩 털어내주는 것 같다. 식사를 마친 뒤오르비에가를 떠났다.어둠과 안개가 섞인 들판,혼자 걷는 걸음이 묘하게 가볍게 느껴졌다. 들판 위의 고독, 그리고 평화 길은 여전히 곧았다.사람 그림자 하나 없이,양 옆엔 텅 빈 들판만 끝없이 이어졌다. 젊은 시절 같았으면심심하..

황량함 속에서, 마음은 더 정직해진다– 산티아고 순례길 13일차 | 부르고스(Burgos) → 오르비에가(Hornillos del Camino), 약 21km 도시를 떠날 때, 뒷모습은 더 길게 남는다 새벽 6시.부르고스의 중심에서 다시 짐을 챙겼다.도시의 어둠은 시골의 어둠과 달라서차가운 빛들이 조용히 도로 위에 흘러 있었다. 문득, 이 도시를 그냥 스쳐 지나온 것 같아살짝 아쉬움이 남았다.대성당의 첨탑이 어둠 속에서도 은은하게 빛나고 있었다.어젯밤, 그 웅장한 고딕의 조각들 앞에 섰던 순간이아직도 마음 깊은 곳에 남아 있었다. 커피 한 잔으로 몸을 깨우고,익숙한 배낭의 무게를 다시 어깨 위에 얹었다.이제 메세타의 시작이다. 단조로운 길, 더 깊어지는 생각들 도시를 빠져나오자,곧 메세타(Meseta..

차가운 안개를 따라 아침 일찍,나헤라(Nájera)의 고요한 새벽을 깨고 길을 나섰다.나하리야(Najarilla) 강 위로 안개가 피어올랐다.3월 초의 아침 공기,차갑고 투명한 그 바람이 코끝을 찔렀지만심장은 묘하게 따뜻했다. 오늘의 목적지는 원래 산토 도밍고 데 라 칼사다(Santo Domingo de la Calzada).하지만 발걸음이 생각보다 가볍다.오늘은 조금 더 걸어보기로 했다. 푸른 싹, 따뜻한 상추 아세오폰세(Azofra)까지 이어진 길은보리밭과 텅 빈 들판이 나란히 펼쳐진 평야. 갈색 흙 위로초록빛 보리 싹이 조심스럽게 고개를 내밀고 있었다.아직 모든 게 시작점에 있는 봄의 풍경. 한 농부가 온실에서 키운 상추 몇 장을 나눠줬다.햇빛도 부족한 계절이지만그 상추는 아삭했고, 상큼했다.이른..

산티아고 순례길 5일차 푸엔테 라 레이나에서 에스텔라까지, 포도밭과 고요의 길을 지나 여명의 다리 위에서 아침 일찍, 마을이 아직 잠든 시간에 숙소를 나섰다.푸엔테 라 레이나.‘여왕의 다리’라는 이름처럼,돌로 된 아치 다리 위에 아침 햇살이 부드럽게 내려앉아 있었다. 잠시 멈춰 서서, 다리 아래로 흐르는 아르가 강을 내려다보았다.물소리만 들리는 고요한 순간.마치 시간도 이 다리 위에서 잠시 숨을 고르는 듯했다. 포도밭 사이로 이어진 길 마을을 벗어나자 넓은 포도밭이 펼쳐졌다.줄지어 뻗은 포도나무 사이로 흙길이 이어졌고스페인 북부의 아침 공기는 청량하게 폐부를 적셨다. 이 지역은 나바라 와인의 산지라고 했다.포도밭 사이로 걷는 동안,뿌리 깊은 전통과 땀의 흔적이 이 길 위에 함께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산티아고 순례길 4일차 팜플로나에서 푸엔테 라 레이나까지, 용서를 지나 흐르는 다리 위로 도시를 벗어나, 다시 길 위로 아침 일찍 팜플로나를 나섰다.좁고 복잡한 골목 사이로 이어진 노란 화살표를 따라도시 외곽으로 향했다. 잠에서 막 깨어난 듯한 도시를 뒤로하니마음이 다시 가벼워졌다.차 소리, 사람 소리, 바쁜 리듬이 서서히 멀어지면서나의 걷는 리듬이 돌아왔다. 고개의 이름은 용서 **시수르 마요르(Cizur Mayor)**를 지나며멀리 **알토 델 페르돈(Alto del Perdón)**이 눈에 들어왔다.‘용서의 고개’.이름부터 마음을 붙드는 곳이었다. 오르기 전, 배낭을 내려두고발을 조심스레 살펴봤다.물집은 여전했지만, 더 나빠지진 않았다.조금씩 단단해지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에너지 바 하나, ..

산티아고 순례길 3일차 수비리에서 팜플로나까지, 도시와 나 사이의 거리 아침, 걱정 반 기대 반 새벽 공기가 조금은 서늘했다.발의 물집이 어제보다 덜 아팠고, 통증도 견딜 만했다.어쩌면 몸이 이 길에 적응하고 있는 걸까…조금씩 익숙해지는 고단함이 묘하게 반가웠다. 아르가 강을 따라 수비리를 빠져나왔다.햇살은 여전히 부드럽고, 강물엔 아침빛이 반짝였다.풀숲에 핀 작은 꽃들과 바스락거리는 낙엽 사이로새들의 노랫소리가 이어졌다.순례길의 아침은 언제나 조용하지만 풍성했다. 오래된 교회, 짧은 침묵 **라라소아냐(Larrasoaña)**라는 마을에 들어섰을 때종소리도 없이 문이 열려 있던 작은 교회가 눈에 들어왔다.13세기에 지어진 산티아고 교회. 낡은 나무 벤치에 앉아, 몇 분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산티아고 순례길 2일차 론세스바예스에서 수비리까지, 숲과 안개 사이를 걷다 어제의 피로, 오늘의 걸음 아침 6시.도미토리 안은 이미 바스락거림과 속삭임으로 가득했다.무거운 눈꺼풀을 겨우 들어 올리자, 천장의 낮은 불빛이 서서히 시야를 깨웠다. 물집은 어제보다 더 커져 있었다.조심스레 반창고를 떼어내고 새것으로 갈았다.두 겹의 양말을 신으며 마음속으로 하루의 각오를 다잡았다.다시 배낭을 메는 이 감각.하루 전보다 익숙했지만, 여전히 가볍지는 않았다. 고요한 안개 속, 숲으로 들어서다 알베르게를 나선 순간, 론세스바예스는 안개에 잠겨 있었다.마치 구름 속을 걷는 듯한 기분.나뭇잎 사이로 스며든 햇살이 서서히 안개를 걷어냈다.그 사이로 반짝이는 거미줄이 나타났다.보석처럼 빛나는 그 모습에, 숨을 멈추고 한..

산티아고 순례길 1일차 생장피에르포르에서 론세스바예스까지, 피레네를 넘는 날 안개 속에서 맞이한 아침 창밖을 열었을 때, 피레네산맥은 안개에 잠겨 있었다.흐릿한 윤곽만 드러낸 채, 조용히 나를 기다리고 있는 듯했다.그곳을 오늘 넘어야 했다.기대와 두려움이 함께 밀려왔다. 하얀 이불을 개듯, 몸을 일으키고 알베르게의 조용한 부엌으로 향했다.간단한 아침을 먹고, 준비해둔 배낭을 둘러맸다.15kg 가까운 무게였지만, 마음만은 그보다 훨씬 가벼웠다. 처음 밟은 돌길, 첫 오르막 생장피에르포르의 붉은 돌과 하얀 벽이 어우러진 중세 골목을 지나천천히 오르막을 오르기 시작했다.시작부터 경사가 가팔랐지만, 아침 공기가 맑아서 숨 쉬는 게 오히려 상쾌하게 느껴졌다.걷는다는 행위가 주는 단순한 기쁨,그 첫 감각이 발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