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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록산티아고 순례기 - 길 위에서 다시 만난 나 (24)
햇살과 책과 바람

느린 출발, 낯선 고요아침 공기가 유난히 차가웠다.비야다랑카 델 파라마오의 작은 알베르게를 나서는데하늘은 흐릿했고, 주변은 적막했다.순례자 몇 명이 앞서 걷고 있었지만,오늘은 어쩐지그 뒤를 따라 걷기보단혼자만의 속도로 걸어야 할 것 같았다.하늘이 흐려도걷기엔 더없이 좋은 날씨다.햇빛은 약했고,몸은 어제보다 가벼웠다.60대의 체력으로는 이런 날씨가 참 고맙다.작은 마을들, 길 위의 숨결오늘 지나온 마을들,산타 카테리나 데 솜포르(Santa Catalina de Somoza)와에레라(Herrera)는시간이 멈춘 듯한 고요함을 안고 있었다.마을 어귀에서 만난 노부부는줄무늬 앞치마를 두르고작은 텃밭을 일구고 있었다.우리를 보며 인사 대신조용히 손을 흔들어주었다.그 동작 하나에 따뜻함이 묻어났다.길가에 핀 노란 ..

도시를 벗어난 아침레온의 거리는 아직 어둠이 가시지 않았다.순례자의 발걸음은늘 도시의 리듬보다 한 박자 빠르다.뜨거운 커피 한 잔을 마시고가벼운 빵으로 아침을 대신한 뒤,조용히 도시의 외곽으로 향했다.차들이 지나가고,출근길 현지인들이 핸드폰을 들여다보며 빠르게 걷는다.그 틈을 지나나는 또 하나의 하루로 걸어 들어갔다.아스팔트에서 다시 흙으로레온을 빠져나오는 길은한동안은 콘크리트와 아스팔트였다.자동차 소음이 여전히 따라붙고,도심의 흔적이 걷는 속도를 방해한다.하지만 문득,길가의 잡초가 바람에 흔들리는 모습에 시선이 머물고,풀잎에 맺힌 이슬이 아침 햇살에 반짝이는 순간,다시 ‘길 위’라는 사실이 마음속 깊이 내려앉는다.산 마르틴 델 카미노(San Martín del Camino)까지길은 평탄했다.걷기에 더없..

아침, 그 조용한 출발밤새 바람이 불었는지,창문 너머 나뭇가지가 서걱거리는 소리에 잠이 깼다.새벽 공기가 뺨을 스쳤고,그 차가움이 오히려 상쾌하게 느껴졌다.이제는 아침을 준비하는 순례자의 손이 익숙해졌다.물통을 채우고,트레킹화를 조여 매며,잠든 마을을 조용히 떠나는 이 짧은 의식.오늘은 유난히 발걸음이 가벼웠다.가깝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도시로 향하는 길목초반 몇 킬로는 평탄했다.길은 좁은 시골 도로를 따라 이어졌고,좌우로는 마른 풀밭과간간이 보이는 황소 목장의 담장이 스쳐갔다.도시가 가까워질수록풍경이 조금씩 변해갔다.고요하던 길에 차 소리가 섞이고,순례자보다 자전거를 타는 사람이 많아졌다.삶의 리듬이 달라지는 순간들.그 낯선 속도가조금은 어지럽게 느껴지기도 했다.들숨과 날숨 사이, 되묻는 길걷다 보니 ..

바람이 먼저 깨어나는 아침새벽 공기가 다소 차가웠다.하지만 그것마저 기분 좋은 시작이었다.알베르게 밖으로 나서자어제 내린 이슬이 자갈길 위에 맺혀 있었고,먼 동쪽 하늘엔 여명이 살며시 퍼지고 있었다.고요하게 시작한 하루,마치 누군가의 속삭임처럼바람이 먼저 길을 열었다.같은 길, 다른 마음오늘도 메세타.똑같아 보이는 흙길,좌우로 펼쳐진 풀밭,멀리 지평선을 따라 걷는 순례자들.하지만 이상하게도어제와는 다른 길처럼 느껴졌다.무엇이 달라졌을까.길이 아니라,아마 내 마음이 조용히 바뀌고 있는지도 모른다.누군가를 떠올리는 시간걷는 동안가끔은 누군가가 그리워졌다.부모님, 친구,이 길에 함께 오지 못한 사람들.하지만 그리움조차도이 순례길 위에선 급하지 않다.천천히 다가오고,천천히 사라진다.‘보고 싶다’는 감정이마음 한..

느리게, 더 느리게사아군을 떠나는 아침,햇살이 벽돌 지붕 위에 고요히 내려앉아 있었다.조용한 거리,닫힌 상점들,그리고 한 줌의 바람.시작부터 빠르지 않았다.굳이 서두를 이유도 없었다.순례길 중간지점을 지나온 이 시점에,나는 더 이상 ‘몇 킬로미터’라는 숫자에 마음이 쏠리지 않는다.오늘은 마음을 쉬게 하는 날.다리보다, 생각이 더 많이 움직인 날.황량하지만 평화로운 길사아군을 지나면메세타의 또 다른 얼굴이 시작된다.끝없이 곧은 길,양옆엔 흙색 들판이 무심하게 펼쳐진다.단조로운 풍경.하지만 그 안에 묘한 평온함이 있었다.길의 반복 속에서오히려 생각이 정리되고,심장 박동이 일정해졌다.걸으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내 인생도 이런 시기가 있었던 것 같아.단조롭고 지루하지만, 돌아보면 가장 안정적이었던 시절..

물안개를 가르며 걷는 새벽이른 아침, 칼사디야 데 라 쿠에사의 하늘엔옅은 물안개가 드리워져 있었다.마을을 나서기 전,작은 성호를 그으며 오늘 하루를 조용히 부탁해본다.순례자의 발소리만이 적막을 깨운다.들판은 어제보다도 더 적막했고,길은 아직 젖은 흙 냄새를 머금고 있었다.잠깐 뒤를 돌아본다.어제의 나를 남기고,오늘의 나로 다시 걷기 시작했다.끝없이 펼쳐진 곡물밭, 그리고 바람아무것도 없을 것 같았던 평원이시간이 지나며 풍경을 바꿨다.길 양옆으로는 밀밭과 보리밭이 자리를 바꿔가며 펼쳐지고,흙길 위로는부드러운 봄바람이 천천히 감돌았다.바람이 스치는 소리와새들이 가끔씩 던지는 울음소리.그 외엔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그 고요한 사운드트랙 속에서나는 천천히,오래도록 나를 생각했다.발걸음, 숨, 그리고 생각오늘의..

17일차 | 아무것도 없는 길, 그 안에 내가 있었다– 카리온 데 로스 콘데스 → 칼사디야 데 라 쿠에사 | 약 17.2km**어둠보다 고요했던 새벽아직 어둠이 남아 있는 새벽 6시.산타 클라라 수도원의 종소리가 은은히 울렸다.어제 하루를 정리하며, 나는 참 많은 생각을 했고그 생각들은 아직 다 끝나지 않은 채발끝으로 따라붙었다.수녀님이 건네준 작고 따뜻한 빵 하나.그리고 “부엔 까미노(Buen Camino)”라는 인사.그것만으로도 길을 나설 용기가 생겼다.길의 시작은 조용했다.정적이 아니라,무언가를 품고 있는 듯한 침묵.고요하되 비어 있지 않은 풍경.바람도 나무도 없는 17km카리온 데 로스 콘데스를 벗어나면바로 시작된다.17km의 단절된 길.마을도, 나무도, 쉼터도 없다.그런데도 그 길은무섭거나 불편..

침묵과 평화로 가득 찬 아침새벽 6시 10분,프로미스타의 조용한 골목을 나섰다.전날 마신 와인이 아직도 살짝 남아 있는 듯했지만몸은 의외로 가벼웠다.운하 옆 길을 따라 걷기 시작한 아침.물은 고요했고, 하늘은 엷은 분홍빛으로 물들어 있었다.새소리도 들리지 않고,그저 발자국 소리만 또박또박, 흙길에 새겨졌다.잠시 걸음을 멈추고 뒤를 돌아보니프로미스타 마을이 아침 안개에 묻혀 사라지고 있었다.그 순간이 참, 묘했다.하루 전, 분명 그곳에서 웃고 말했는데이미 너무 먼 과거처럼 느껴졌다.끝없이 직선으로 뻗은 그 길오늘 길은단 한 번의 큰 굴곡도 없이직선으로 이어지는 메세타의 본모습이었다.피게루엘라스 델 캄포(Figueruelas del Campo)를 지나레보나(Leboreda)와 같은 작은 쉼터를 통과하며내 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