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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과 책과 바람

빗물이 마른 돌길을 따라새벽 공기는 어제보다 한결 맑았다.밤사이 내리던 비는 그쳤고,돌다리 옆을 흐르던 물도 조용해졌다.몰리나세카의 작은 골목을 지나마을을 벗어날 때돌담 너머로 붉은 동백이 흐드러져 있었다.이른 봄.스페인의 돌마을에 피어난 꽃이왠지 모르게울컥하게 만들었다.굽이진 길, 땀이 이마를 타고길은 낮은 오르막과 내리막을 반복했다.숲은 짙지 않았지만나무 사이로 흘러드는 햇살이 따뜻했다.걷다 보면몸이 먼저 반응한다.어느 지점에서는 발목이 시큰하고또 어느 지점에서는 등줄기로 땀이 흐른다.하지만그 어느 것도 고통으로 다가오지 않았다.한 걸음 한 걸음이지금의 나를 증명해주는 시간 같았으니까.도시가 가까워질수록폰페라다가 가까워질수록차량 소음과 인적이 늘어났다.멀리서부터 보이는 붉은 지붕,그리고 점점 넓어지는..

밤새 비가 왔다새벽 5시.창밖에 빗소리가 들렸다.살짝 열어본 창문 너머로지붕 위를 또르르 구르는 물방울들.비 오는 날의 길은 더 조심해야 하지만이상하게 마음은 잔잔했다.크루스 데 페로에서 돌을 내려놓은 후내 안에 쌓여 있던 무언가가조금씩 흘러나오는 듯한 느낌.고요한 알베르게에서 짐을 챙기고,비옷을 꺼내 입었다.오늘은비 속을 걷는 하루가 될 것 같다.길은 내려가고, 물은 흘렀다엘 아세보를 떠난 길은곧바로 급경사 내리막으로 이어졌다.길가엔 젖은 돌멩이들이발을 잡아끈다.스틱에 힘을 실으며한 걸음 한 걸음,마치 명상하듯 조심스럽게 내려갔다.중간중간작은 물줄기가 길 위로 흐르고 있었다.내려가는 물을 따라 걷는 기분.그 흐름에 몸을 맡긴 채천천히 산을 내려왔다.리에고 데 암브로스(Riego de Ambrós), 잠..

새벽, 고요함 속의 각오라바날의 새벽은바람 소리조차 경건하게 들리는 아침이었다.눈을 뜨자마자 느껴지는 찬기,몸은 조금 무거웠지만 마음은 가벼웠다.오늘은그 오래된 철십자가,크루스 데 페로까지 올라가야 한다.아무 말 없이 침낭을 정리하고손바닥만 한 돌 하나를배낭 속에 조심스럽게 넣었다.서울을 떠나기 전,뒷마당에서 집어 든 작은 돌.그 위에 내가 떠나보내고 싶은감정과 이름들을 새겨왔다.이제,그것을 내려놓으러 가는 길이다.발 아래에 쌓인 이야기들출발 후 얼마 지나지 않아폰세바돈(Foncebadón)이 보였다.고도 1,400m를 넘는 이 마을은돌담과 낡은 지붕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한때 버려졌던 곳이지만,순례자들 덕분에 다시 숨을 쉬게 되었다고 한다.조용한 마을을 지나점점 길이 가팔라지기 시작했다.숨을 고르고 또..

늦잠이라는 선물순례를 시작한 이후 처음으로알람 없이 잠들었다.햇살이 창문을 뚫고 들어올 때까지,이불 속 따뜻한 공기 속에 몸을 묻고 있었다.걷지 않는 하루는몸보다 마음이 먼저 느낀다.발바닥은 여전히 단단했지만,속으로는 조용한 쉼을 원하고 있었던 것 같다.커피 한 잔, 시작의 온기성당 근처의 작은 카페.스페인 노인의 손에서 갓 구워진 크루아상이 나왔고,뜨거운 ‘카페 콘 레체’ 한 잔이 손을 덥혀주었다.창밖을 바라보며 오래 앉아 있었다.오고 가는 사람들,순례자 배지를 달고 있는 이들,휴대폰을 들여다보며 바삐 걷는 현지인들.그 모두가,이 도시에 각자의 ‘길’을 남기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대성당의 빛 안에서레온 대성당(Catedral de León).고딕 양식의 정점.하지만 그 외관보다도내 마음을 사로잡은 건..